 한국당구용품협회는 궤도 수정을 하는가?
■ 참석 회원 10여명 시대로 떨어져 한국당구용품협회(회장 홍광선)는 지난 7월 8일 오후 6시에 서울시 강동구 올림픽공원 인근에 있는 중국음식점 ‘어양’에서 제16회 2006년 3/4분기 정기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날 참석자는 회장단을 포함한 이사진 등 임원의 숫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14명만이 참석하였다. 홍광선 회장은 앞 회의를 전남 여수시에서 여는 등 지난 몇번의 정기회의를 지방에서 열었으나 회원들의 참석이 저조하여 이번 정기회의에는 수도권 회원들의 참석을 적극 유도하기 위하여 고급 음식점인 ‘어양’을 회의장소로 정했던 것인데, 뜻밖에도 기대했던 인원에도 못미치는 회원들의 출석을 보고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였다. 홍광선 회장은 자신이 회장을 맡은 후 갈수록 회원들의 협회 참여도가 줄어드는 추세를 의식하고 어떤 결심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그는 인사말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예상은 했지만 인원이 많이 안 나왔다. 지난 몇번의 모임장소는 분위기가 시끄러워서 오늘은 장소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어양’은 과거 원우회 때 단골로 사용하던 곳이다. 요즘 다들 어려울 것이다. 2년 전 제2기 회장을 내가 맡아 출발할 때도 어려웠다. 그러나 그때보다도 엄청나게 경기가 바닥이다.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정도다. 어떻게든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하므로 회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방법이 나와야 할 텐데, 회원들 중에서도 뒤에서 말만 하고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 전에는 40명, 50명도 나왔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허망하다. 10월 21일 정기총회 때는 2년 임기가 끝나고 제3기가 시작된다. 처음 협회 창립 당시에는 유통과 생산이 합치기 힘들었다. 그러나 협회를 만들었다. 당구계의 구심점이 될 줄 알았다. 초창기는 잘 되었다. 경기가 뒷받침이 안되니까 그렇기는 하겠지만, 그보다도 앞에서 뛰는데, 뒤에서 분란만 일으키는 사람이 많은 곳이 당구계다. 이것이 병폐다. 오늘도 이 회의가 끝나면 소식 듣고 뒤에서 흔드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회원들이 정해진 분담금을 내지 않아 협회가 적자 중이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독려해서 모두 메꾸었다. 오늘 10여명이 참석했는데, 앞으로 더 모여 봤자 10명 정도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모임이 될 수 없다. 옛날 ‘원우회’가 그립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홍광선 회장의 결론은, 참석이나 협조하지 않는 많은 회원을 두는 협회 조직보다는, 4년 전 한국당구용품협회 창립을 위해 발전적으로 해체했던 ‘원우회’ 때의 소수 정예의 모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하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원우회’란 홍광선 회장의 허리우드를 중심으로 국내 당구용품 생산 유통 부문을 대표하는 13개 업체가 친목회 형식으로 모여 중요한 당구계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지원을 해왔던 모임이다. 대표적인 업적은 부산 아시안게임 당구 정식종목 채택에 적극 앞장서 이를 성사시켰고,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황득희 선수에게 500만원의 포상금을 준 것 등을 들 수 있다. 홍광선 회장은 그의 인사말에서 언급했듯이 다음 정기회의인 10월 21일은 임기 2년의 제2기가 끝나고 제3기를 맞는 정기총회로 열린다. 이때에 대비하여 협회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궤도 수정을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홍 회장은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일이 의견을 물었다. 참석 회원의 의견은, 정기총회까지는 아직 시일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결국 이 문제는 10월 정기총회의 중요 의제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그간에 회원들 사이에서 이 문제가 어떤 반응을 일으킬는지 알 수 없으나, 지금처럼 협회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안이라 해서 특별히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4년 전 용품협회를 창립했을 때의 당구계의 구심점이 되고자 했던 취지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불황으로 참여가 저조하다고 해서 과거로 회귀한다면, 두번 다시 전당구계의 용품생산유통업체가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당구용품협회는 지난 2002년 11월 창립 이후 지금까지 걸어온 지난날을 다시한번 겸허히 음미함으로써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제1기 민영길 회장(현 대한당구연맹 회장)이 이끌던 창설 당시의 회원은 50여명이었고 3개월마다 열리는 매 분기의 인원도 40∼30명을 유지하였다. 지금 불경기가 극에 달하였다고 하지만 민 회장 재임 2년 간도 불황의 연속이었으므로 회원 불참의 이유를 불경기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제2기 출발 후 초창기에 비해 회원들의 협회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기 시작하여 마침내 10여명 참석 회원시대로 떨어졌다. 지난 4년간 한국당구용품협회는 협회의 존재에 대한 필요성을 회원들에게 심어 주지 못한 것도 회원 불참의 큰 원인이 되었다. 회원들 간에는, 밥만 먹고 헤어지는 모임에 왜 나가느냐는 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조직의 하는 일이 회원들에게 유익하다고 인식될 때 회원들의 참여가 적극적일 수 있으나, 바로 이런 가시적인 기대를 걸 수 없는 협회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 회원 불참을 더욱 부채질하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근래에 들어 한때 홍광선 회장과 민영길 전 회장 사이의 관계가 회원들 보기에 세력화의 기싸움으로 비쳐져 식상함을 주었다는 점이다. 용품협회 임원이 언제는 대한당구협회 임원을 겸직할 수 있었는데, 이의 철수와 때맞추어 대한당구연맹 임원직을 겸할 수 없다는 결의를 함으로써 민 회장이 이끄는 대한당구연맹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취한 것도 회원들에게는 결코 좋게는 비쳐지지 않았던 것이다. 전에 이사를 맡았던 어느 용품업자는 “자기들끼리 다 하는 협회에 내가 무슨 들러리 설 일이 있느냐”고 하면서 불참을 선언했던 사례는 협회 집행부가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아울러 협회 사업의 집행이 신중하지 못하다는 점도 회원들은 지적하고 있다. 예산 집행의 비중이 국민생활체육 쪽으로 너무 기울어져 있는 것을 비롯해 효율적으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불만하는 회원들도 있다. 1년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용품협회 회장배 대회를 생활체육대회와 버무려 진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엘리트 당구에 대한 배려가 너무 인색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2기의 주력사업으로 내세워 심혈을 쏟았던 ‘종합 카탈로그’ 발행은 발간도 되지 못하면서 생산자, 수입업자 간에 심한 갈등만 야기시켰다. 이 일도 회원간에 불화를 조장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였다. 협회는 그들이 하는 목적 사업에 대하여 회원들 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에게 늘 알리고 홍보함으로써 관심과 동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제1기 민영길 회장은 매분기마다 정기회의를 전후해 월간지 광고를 통해 협회가 하는 사업을 당구계에 상세히 알리고 홍보하였다. 물론 이런 매제 광고는 협회 자체의 직접적 홍보에도 뜻이 있지만, 업계 전문잡지를 지원한다는 효과도 있다. 그럼으로써 잡지는 잡지대로 협회에 대해 다른 면으로 홍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2기 홍광선 회장 집행부에 들어와서는 이런 배려가 사라지고 오로지 매분기 정기회의시의 기사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표면상으로는 경비 절감이라는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당구계의 최대의 수익자단체 모임이라면 언론과의 관계 정립이라는 최소한의 고려는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결국 이것은 당구인들로부터 빈축을 사게 되고 무관심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10월 21일 정기총회에서는 제3기를 맡을 임기 2년의 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누가 회장을 맡느냐에 따라 앞으로 당구용품협회의 행로가 좌우된다. 지난 4년간의 협회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협회를 쇄신할 수도 있으며, 옛‘원우회’시대로 회귀할 수도 있다. 과연 어떤 인물을 선임하여 당구용품협회의 진로를 맡길 것인가는 전적으로 회원들의 권리다. 협회 회칙상으로는 회장의 연임도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매너리즘에 빠지고 메이저 업체의 세력화의 도구로 아용되는 경우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불편 부당하고 참신한 새 인사를 뽑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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