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구연맹 유태성 회장, 유고로 해임안 가결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2주간 유예기간 주었으나 정상화 계획 제시 안해 효력 발생
후임 회장 다방면으로 물색하되 5월 14일까지 적임자 없으면 이상천씨 추대키로
그러나 본인은 즉시 추대 결의 안하면 수락하지 않겠다고 밝혀 원점으로 돌아가
‘당구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전국당구대회’ 성공 계기로 이상천씨 급부상
본인의 지지 요청에 동료·선후배 사이인 대의원들, 의견 표시하기 난처한 입장
당구계의 최대 중직인 회장에 누가 선출될지 당구인들 예의 주시중
갈 길 먼 대한당구연맹의 어쩔 수 없는 선택
대한당구연맹은 지난 4월 16일 오후 3시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회의실에서 대의원 18명 중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4년 정기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그간 유태성 회장의 기업 운영상의 문제로 인한 유고(有故)로 표류되어 왔던 연맹 정상화 대책 방안과 당면 문제를 논의하였다.
연장자로 의장에 지명된 충북당구연맹 김윤석 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첫 의제는 ‘유태성 회장 유고에 따른 연맹 정상화 방안 및 대책의 건’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주)대호 사건으로 유회장의 정상적인 연맹 회장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태에서 측근인 이영재 전무이사를 통해 여섯 차례에 걸친 정상화 방안 제시와 유회장의 거취에 관해 해답을 요구했고, 총회 개최 당일 오후 3시까지도 대의원들이 이에 대한 답변을 기다렸으나 “더 기다려 달라”는 이전무의 전화만 믿고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결론을 내린 끝에 회칙 제20조(선임위원의 불신임)에 의해 해임안이 제출되었다. 다만, 즉시 해임할 것인가, 아니면 2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대의원들이 제시하는 1) 2003년부터 현재까지의 부채 해결 방안, 2) 2004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 지원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하는 조건부 유보안을 제출, 이에 대한 표결 끝에 6 대 7로 후자가 선택되었다. 따라서 해임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되었으나 2주일 후인 4월 30일 오후 3시까지 대의원들의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해임안은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 결의에 대한 내용을 유태성 회장에게 통보하는 방법으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이날 선출된 비상대책위원 명의로 대한당구연맹을 주소지로 한 유태성 회장 앞의 배달증명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리고 후임 회장의 인선문제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물색하기로 하였으나, 이상천 선수가 신임 회장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으므로 유회장에 관한 해임안이 최종 확정되는 4월 30일에 이 문제도 거론하자는 제의에 따라, 신임 회장 영입 문제는 아직 거론하기에 이른 감이 있으므로 그때 가서 논의하자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런데 유태성 회장 해임안 가결의 유보 시한인 4월 30일 오후 3시까지 유회장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이 없어 이날 개최된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해임안 가결이 유효하게 선포되었다. 이로써 당구 발전의 기대 속에 지난 2001년 6월 추대되었던 유태성 회장은 2년 10개월 만에 임기 8개월을 남기고 도중 하차하고 말았다.
이날 총회에서는 회장 유고로 인하여 연맹이 비상시에 처해 있음을 공감하고 차기 회장 영입 때까지 연맹을 이끌어 갈 비상대책위원을 선정하였는데, 김윤석 충북연맹회장, 김낙균 서울연맹회장, 최철용 인천연맹회장, 하윤보 경기도연맹회장 등 4명을 위촉하였다.
다음 안건으로는, 대한체육회 정관 개정에 따라 가맹경기단체 규약의 변경이 발생, 이에 대한 대한당구연맹 규약 개정을 사무국의 협조를 받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하는 것으로 위임하는 결의를 하였다.
대의원들의 마음도 갈라지고 있다
정기 대의원총회의 결의에 따라 4월 30일 오후 3시에 제2체육관 회의실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유태성 회장의 해임안 결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김윤석 의장의 선포가 먼저 있었다.
그리고 신임 회장 추대에 관한 대의원들의 의견 교환에서는 국회의원 한 사람과 원로당구인 한 사람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 이름을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얼마간의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참석 대의원 중 몇 사람은 이상천 선수를 회장으로 강력히 추대하였으며, 연맹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는 이상천 선수를 회의장에 불러 그의 소견을 들어보자는 제의도 하였다. 이때부터 참석 대의원들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갑론을박 끝에 2주일의 기간을 두고 신임 회장 인선을 하되 그때까지 적임자가 없으면 이상천 선수를 회장 후보로 정하고 연맹 규약에 따라 선출하도록 결의하였다. 이때도 2주간, 또는 4주간의 기간 중 어느 쪽이 좋으냐를 놓고 거수 투표한 결과 2주간으로 결정하였다.
대의원들의 결의가 끝나자 이상천 선수의 소견을 들어보고 질의할 내용이 있으면 답변을 들어보자는 제의에 따라 이상천 선수를 회의장에 불렀다.
이상천 선수는 다음과 같은 소견을 밝혔다.
“나는 ‘당구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전국당구대회’를 개최하는 중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연맹 회장을 맡아 한국 당구를 발전시켜 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처음에는 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하면서 사양했지만, 당구인들의 요구가 너무 진지했으므로 생각을 바꾸어 연맹 회장을 맡아 이 한 몸 바쳐 당구계를 살려 보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지금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을 회장으로 추대한다고 하는데 우리 당구계 현실로는 아직 그런 사람들을 모셔 오기가 이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우리가 노력해서 당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려 놓고 난 다음에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분명히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들은 나보다 100분의 1도 일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만약 내일이라도 유능한 사람이 회장으로 온다면 나는 회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그 사람에게 물려 줄 각오가 되어 있다. 나는 한국 당구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면 개인의 사욕은 버리겠다.
연맹의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보다는 얼마 안되는 액수인 것 같다. 이 정도면 회장 취임 전에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의원 여러분들도 협조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천 선수는 조금 전에 있었던 대의원들의 결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다. 2주간 후에 자신을 회장 후보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지난 몇 달 간 대의원들이 해왔던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오늘 이 자리에서 자신을 회장으로 선출해 주지 않으면 회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말에 회의장은 숙연해지면서, 전임 회장의 해임안이 결정된 이 자리에서 새 회장을 뽑는다는 것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므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2주간의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대의원들의 해명 발언도 나왔지만, 이상천 선수는 SBS 방송 문제나 전국 투어 포스터 제작 등 일련의 스케줄 때문에 2주일을 기다릴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상천 선수 회장 추대 문제를 두고 대의원들 사이에도 지난 몇 주간 동안 여태껏 잘 유지되던 화합의 분위기에 틈새가 생기는 느낌을 주어 왔다. 이날 대의원총회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충분히 감지되었다. 지난날 유태성 회장을 추대할 때나 유용태 의원을 영입하기 위한 결의를 할 때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던 것과는 너무나 엄청난 괴리를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지난 4월 16일의 정기 대의원총회시 유회장 해임안이 효력을 발생하는 4월 30일의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신임 회장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고 결의한 것을, 일부 대의원들이 이날 이상천 선수를 회장으로 선출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런 사실을 이상천 선수에게 전달, 이상천 선수가 기정사실로 믿고 완강한 발언으로 일관한 것은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느낌을 주었다.
